기사 메일전송
활명수 vs. 아스피린 - 125살 동갑내기 두 약 이야기 - 시대에 따라 변화하며 여전히 성장하는 브랜드 이야기
  • 기사등록 2021-01-26 18:02:58
  • 수정 2021-01-28 00:00:57
기사수정

이미지 출처 = 한국여성건강연구소 편집부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브랜드가 있습니다. 동서양을 대표하는 두가지 의약품의 성장이력을 보고 있노라면 브랜드 또한 주변의 영향을 받으며 성장하는 하나의 유기적인 생명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1897년 독일 바이엘사의 호프만 박사가 개발한 아스피린은 긴 시간 동안 많은 개량과 혁신을 통해 현재까지도 우리의 삶 깊숙히 자리 잡은 의약품입니다. 한국나이로 125살이나 먹는 동안 잘 살아 왔다니 정말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따라서, 단순 의약품으로서만이 아니라 서양의학기술의 우수성을 상징하는 의약품의 하나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효자로 알려진 독일의 호프만 박사가 부모님을 위해 만든 제품이라는 뒷 이야기가 있는 아스피린은 버드나무에서 추출한 성분으로 단순 진통제에서 심장질환에 이르기 까지 다양한 적응증을 추가 해 가면서 여전히 혁신 하는 생명력 있는 의약품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어찌보면 참 부러운 일입니다. 

그런데, 한국에도 이런 아스피린과 동갑내기 의약품이 있다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오늘은 아스피린과 같은 해인 1897년에 태어나, 현재까지 한국인이 가장 애용하는 의약품의 하나로 자리잡은 약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바로 동화약품에서 개발된 활명수 입니다. 동화약품은 국내 최초의 제약회사라는 타이틀부터, 독립운동에 기여한 창업자 이야기 등 다양한 이야기들이 넘치는 회사인데요. 활명수 또한 긴 세월 만큼이나 스토리가 다양합니다.


활명수라는 이름  - 너무 과한(?) 이름 아냐?

활명수라는 이름은 한문으로 活命水 인데요, 글자 그대로 목숨을 살리는 물이란 뜻입니다. 여러가지 인문학적인 접근이 필요한 데요. 도대체 소화제가 목숨까지 살린다는 것은 좀 오버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문까지 듭니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복통이 그렇게 많았던 이유는 뭘까 하고 살펴보면서, 필자도 깜짝 놀랐는데요. 


                                             사진출처 = 국립 민속 박물관 

사진 속 밥그릇 크기 보이시나요? 어마어마 하죠 !!!!!

                                   사진 = 김홍도 의 새참 [국립민속박물관]

김홍도가 그린 새참이란 작품을 보면, 매우 큰 밥공기를 사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현재와 많이 다른 식습관으로 인해 과식과 대식이 일상화된 상황속에서 살아온 조선인 들에게 아마도 목숨을 구하고도 남을 만한 약이었을 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당시 조선을 방문한 외국인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한국인의 특징은 엄청난 식사량이라고 합니다.


이런 현상이 생긴 원인 중의 하나로, 양반과 상민으로 이뤄진 사회의 지배구조 특성 때문이라는 설도 있습니다. 상민의 입장에서, 소유권이 없다 보니, 세금이나 양반에게 궈속되느니, 차라리 먹고 보자는 심리가 팽배 했다고 설명하는 이론도 있습니다. 


아이러니 한 사실은, 이런 대식의 영향으로,  한국,중국,일본인의 평균 체격 중 그나마 한국인이 훨씬 크다고 하는 평가도 있습니다. 오늘 날에도 이런 현상은 여전히 일어나고 있습니다. 한중일 청소년 평균체격을 보면, 한국인이 다른 두 나라에 비해 큰 것은 사실입니다.  이는 음식물 소비량에서도 그대로 나타납니다. 


결론적으로 많이 먹는 것이 일상화된 나라에서, 속에 탈이날 것을 고쳐 준다는 것은 말 그대로, '명'(목숨)을 '활'(살리는) 하는 '수'(물)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대략 30년 단위로 새로운 트랜드를 반영하여 진화되고 있습니다

아스피린이  단순한 진통제에서 최근 심혈관계에도 작용하는 약품으로 진화 했듯이, 활명수도 시대의 변화를 반영하며 변신하고 있는 산증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60년대 유행 - 약에 탄산이 더해지다

활명수도 시대를 반영하여 몇번에 걸친 변화를 거듭해 오고 있는 중입니다. 한국 전쟁 중 미군부대 등을 통하여 유입된 탄산 음료의 영향으로 인해, 대한민국에도 칠성사이다 라는 브랜드가 출시되었습니다. 이러한 유행이 의약품에도 영향을 주어 의약품에도 탄산이 함유된 제품으로 유행처럼 진화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한국인의 식습관과 더불어 한국에서 판매되는 제품의 유행이 된 것도 이때의 이야기 입니다. 그리고 1960년대 이후에는 각 가정에도 냉장고가 빠르게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음료 문화의 다양성이 크게 돋보이던 시기였습니다.


90년대 속도전쟁 - 큐의 전쟁

소화제 시장에 불어온 바람 중 하나가 바로 속도 입니다. 비단 소화제 뿐만 아니라, 진통제도 "빠름" 즉 "Speed" 가 화두가 된 시기가 바로 90년대 입니다. 모든 통증치료제가 빠른 효과를 강조하는 트랜드에 발맞춰 활명수도 '빠름' 을 의미하는 Q (Quick) 가 붙은 제품이 출시 되었습니다. 이제 속도감 없는 제품은 살아남기 힘든 시기를 견뎌낸 활명수의 서바이벌 전략이었습니다


21세기는 테크놀로지의 시대 - 기술이 트랜드를 창조한다

각종 제형 개발 기술의 비약적 발전에 따라, 액제들이 변화하기 시작했습니다. 스포츠 음료들을 중심으로 휴대의 불편함을 극복하기 위한 제형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효과는 좋은데, 필요한 순간을 위해 그 많은 물들을 지고 다니는게 아니라, 산제 형태로 가지고 다니다가, 복용 직전에 물에 타서 먹는 제형등이 보급되었습니다. 빈통만 들고 산에 올라가서 약수를 받아 먹기 직전 타마시는 편리함이 어필되자 전문영역에 있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유행처럼 퍼져 나가고 있습니다. SNS의 발달로 이러한 트랜드는 삽시간에 퍼져 하나의 유행을 만들고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정성스레 약탕기에 달여서 만들던 활명수가, 최근에는 커피믹스와 같은 파우치 형태로 제공되는 제품도 출시되었습니다.


급하디 급한 성격 탓에, 전세계 역사 어디에도 찾을 수 없는 고속성장의 신화를 이뤄낸 우리가 또 어떤 형태로 발전해 갈 지 궁금해 집니다.





기사 = 정지윤 약사

저작권자(c) 한국여성건강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1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wowhnbnews.com/news/view.php?idx=1108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